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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JBL] 공부와 농구를 병행하는 일본만의 독특한 시스템 ‘部活(부카츠)’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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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와 농구를 병행하는 일본만의 독특한 시스템 ‘部活(부카츠)’ - 2


사진 = JBA(일본농구협회) 제공

 

 

앞서 일본 아마추어 농구부의 구조와 운영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럼 이 선수들은 어떤 시스템으로 훈련을 하고 경기에 나설까를 이번 시간에 살펴보기로 한다.  

 


모든 수업이 끝난 뒤 훈련, 별도의 합숙은 많지 않아

 

일단 모든 운동부가 그렇듯 일본의 농구부 역시 학생들의 수업에 지장이 없는 가운에 훈련 계획을 짠다. 대부분이 오전 수업이 열리기 전인 새벽에 한 시간 정도 훈련을 한 뒤, 수업이 끝난 오후 늦게부터 본 훈련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선수들은 보통 하루 두 벌의 연습복을 갖고 등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은 한국과 다르게 별도의 연습 유니폼은 없고 개인별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운동복을 준비한다. 

 

예의를 중시하는 나라답게 선수들은 훈련 전과 후에 코트에 인사를 한다. 농구부 전원이 엔드 라인에 일렬로 선 뒤 훈련 전에는 오네가이시마스(잘 부탁합니다)라는 말을, 훈련 후에는 아리가또 고자이마스(감사합니다)라고 큰 소리로 외치며 고개를 숙인다. 참고로 일본의 선수들은 연습경기나 실제 경기에서 교체가 될 때도 코트와 관중을 향해서도 인사한다.    

 

체육관 사용은 농구부 전용 체육관이 있는 학교도 있지만 보통은 다른 부와 같이 나눠 쓴다. 체육관 가운데에 그물망을 쳐서 한쪽은 농구부가 쓰고 다른 쪽은 배드민턴부나 배구부가 쓰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 한 학교에 남녀 농구부가 같이 있는 경우라면 시간을 조율해서 쓴다. 

 

숙소가 있는 한국과 달리 일본에는 합숙소가 드물다. 물론 일본여고농구의 최고봉인 오호카고교 같이 학교 내 숙소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집에서 왔다갔다하는 출퇴근이 원칙이다. 따라서 팀 훈련이 보통 9시 정도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지도자의 성향에 따라 전국대회 지역 예선 결승전 같이 특별한 대회를 앞두고 합숙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극히 적으며 기간도 길어야 3~4일 정도다. 

 

이외에 주말에도 하루에 2~3시간씩 모여 훈련을 한다. 상대적으로 평일에만 하는 훈련량이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진 = JBA(일본농구협회) 제공

 

 

 

예의로 시작해 예의로 끝나는 농구부 활동

 

국내의 중고 농구부는 유니폼이나 트레이닝 복 정도만을 맞춰 입는다. 대부분 이동시에는 각자의 사복을 입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본은 다르다. 우선 유니폼이 있고 유니폼을 맞추는 브랜드에서 학교 농구부의 로고를 넣은 백팩도 맞춰 제작해서 메고 다닌다. 이 백팩은 워낙 커서 책은 물론이고 유니폼, 농구화까지 다 넣을 수 있을 정도다. 

 

그리고 경기를 위해 체육관으로 갈 때도 각자 이동이지만 복장은 교복을 입고 다닌다. 여기에 시상식 때나 해외 혹은 다른 지방으로의 이동을 위해 입는 팀 셔츠와 바지도 맞춰 입는다. 대부분 여름에 농구부 활동이 활발하기 때문에 상의는 옷깃이 있는 반팔 폴로티가 대부분이고 바지는 반바지와 긴바지 두 종류를 모두 맞춘다. 

 

같은 색깔, 같은 디자인의 옷을 입음으로서 선수들에게 소속감을 줘 밖에서 보는 이들의 눈살이 찌푸려질 실수를 하지 않게끔 하는 의도도 담겨 있다. 워낙 예의를 중시하는 일본 학생들 역시 사복보다는 이런 팀 단체복을 입었을 때 행동 하나하나에 더 조심을 하게 마련이다.  

 

 

목표는 전국대회 출전, 하지만 장래희망은 제각각

 

일본 고교 야구선수들의 목표가 고시엔 무대를 밟는 것이라면 농구선수들의 목표는 인터하이 무대를 밟는 것이다. 여기서 인터하이는 슬램덩크에서 나온 여름의 그 전국대회로 겨울의 윈터컵과 더불어 고교 선수들이 출전을 희망하는 2대 전국대회로 꼽힌다. 슬램덩크에서는 남자 농구부만을 조명했지만 여자 농구부 역시 인터하이 출전과 우승을 가장 큰 목표로 꼽는다. 그만큼 일본 내에서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라고 할 수 있다. 

 

가나가와 현에 위치한 아레세이아 쇼난 고교는 처음에는 남녀 농구팀을 운영하다가 지금은 여자 농구부만을 운영 중이다. 팀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고전을 면치 못했고 특히 가나가와 현에서도 하위권에 머무는 그저 그런 학교였다. 그러나 체계적인 훈련과 한국식 지역 방어를 도입해 지역 예선에서 수위를 차지하더니 어느새 가나가와현 1위를 차지해 인터하이에 출전하는 결과까지 일궈냈다. 이러면서 주변 학교의 견제를 받는 현 내 강호로 떠올랐고 학교 내 농구부의 위상도 달라졌다.

 

올해로 21살이 되는 다카하시 메이는 이 아레세이아 쇼난 여자농구부의 창단 멤버다. 쇼린중학교 시절 슈터로 뛰며 득점력을 인정받던 그는 중학교 코치의 권유로 아레세이아 쇼난 창단팀에 들어갔다. 중학교와 다른 타이트한 훈련 속에서도 메이는 상위권의 성적으로 장학금을 받는 수재였다. 

 

하지만 느린 발이 발목을 잡은 데다 동기들만이 뛰던 창단 멤버로는 좋은 성적을 낼 수가 없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진학도 생각해야 했던 메이는 결국 농구부를 관뒀고 고교 졸업 후인 지금은 공무원 전문학교의 학생으로 공부 중이다. 

 

농구선수로서 매일 혼나고 꾸중만 들었던 그지만 후회는 없다고 했다. 주장으로서 동기들과 어린 후배들을 챙기고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해왔기에 당시 자신의 선택에 후회는 없다고. 다만 농구선수로서 자신이 대성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선택을 해야 했고 지금의 전문학교 진학을 결정했다는 그다. 

 

메이의 동기들 역시 제각각의 인생을 걷고 있다. 의료전문학교에 진학한 이도 있고 일반 대학에 간 이도 있다. 2년제 대학에 가기도 하고 취업의 길에 들어선 이도 있다. 하지만 그 어떤 누구도 농구부 생활을 했던 자신의 선택에 후회한다고 말하는 이는 없다. 

 

프로선수가 되지 못하고 잘 나가는 후배들의 등쌀에 떠밀려 주전으로 뛰지 못한 시간도 많았지만 그래도 아레세이아 쇼난 농구부의 유니폼을 입고 뛰었을 때가 자신의 농구 인생 최고의 행복이라고 말하는 이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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