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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JBL] 공부와 농구를 병행하는 일본만의 독특한 시스템 ‘部活(부카츠)’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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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와 농구를 병행하는 일본만의 독특한 시스템 ‘部活(부카츠)’ - 1



사진 = JBA(일본농구협회) 제공

 


프로의 젖줄은 바로 아마추어 농구다. 프로농구가 각 국의 톱 리그로서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모인다면 농구의 기본을 가르치고 프로선수가 되기 위한 기량을 갖추게 하는 곳이 바로 아마추어 무대다. 

 

일본의 경우는 1인1기라는 교육 방침에 따라 어릴 때부터 모든 학생들이 한 가지씩 운동을 선택해 공부와 병행하는 시스템이 일찌감치 자리 잡았다. 부카츠(우리 식으로 하면 부 활동)라고 해서 야구와 축구, 농구, 배구 등 다양한 종목의 운동을 즐길 수 있는데 이는 남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여학생들에게도 해당된다. 

 

 

농구부 가입, 특별한 기준 없이 지원서만으로도 가능

 

일단 농구부 가입 과정을 비교하면, 한국은 농구를 하고 싶다고 해서 모두 가입할 수 없다. 신장이 있거나 특별한 재능을 보인 학생이라면 농구부 코치의 권유나 추천 등으로 농구부에 들어갈 수 있지만 평범한 일반 학생이 농구부에 가입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와도 같다. 물론 학교에 따라 원하는 학생에게 입단 테스트를 보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운동 능력이 특별하지도 않고 신체 조건이 좋지도 않은 학생이 농구부에 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일본은 다르다. 키가 크건 작건, 농구를 잘하건 못하건 간에 농구부 입단 지원서 한 장이면 가입이 가능하다. 이렇기 때문에 농구부 인원이 한국의 학교와 비교해 배 이상이 차이가 나는데, 인원이 많은 곳은 4~50명에 달하는 곳도 있고 적어도 20명 정도는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농구부 인원이 5명 밖에 안 돼 한 명이 부상당하거나 5반칙 퇴장당하는 한국과 비교하면 너무도 부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코트 위에서 실제로 뛰는 선수가 5명 밖에 안 되는 농구의 특성상 모든 선수가 똑같은 대우를 받을 수는 없다. 물론 모든 인원이 똑같은 회비를 내고 똑같은 유니폼과 농구부 티셔츠, 가방 등을 제작해 입고 매고 다니긴 한다. 같은 학교 농구부라는 타이틀도 같다. 

하지만 훈련과 경기 출전에 있어서는 경기력에 따라 차이가 나뉜다. 이건 어느 나라건 간에 피할 수 없는 하나의 숙명과도 같은 부분이다.  

 

 

사진 = JBA(일본농구협회) 제공​

 


경기력에 따라 팀을 A,B,C로 구분

 

일본의 아마추어 농구부는 보통 인원을 A, B, C팀으로 나눈다. 구별 기준은 역시 경기력이다. 일단 실제로 경기에 나서는 각 팀의 스타팅 멤버를 비롯해 식스맨, 그리고 이들의 훈련 파트너가 되는 선수들로 구성된 18명 정도가 A팀이다. A팀 다음의 경기력을 가진 선수들이 B팀, 그리고 나머지 선수들이 C팀으로 나뉜다. 

 

같은 회비를 내고 같은 농구부지만 실력에 따른 차이가 분명하다. 우선 코트 사용이 그렇다. A팀이 훈련을 하는 동안 B팀은 코트 밖에서 볼 돌리기 등 개인 훈련을 하는 것이 전부다. B팀은 A팀의 훈련이 모두 끝난 뒤에 잠깐이나마 코트에서 훈련을 할 수 있다. C팀은 이보다 더 열악하다. 코트에 서지도 못하고 2층의 스탠드에서 개인 볼 훈련을 하거나 웨이트 기구를 이용한 운동을 하면서 A팀의 훈련을 보는 게 고작이다. B팀은 그나마 A팀의 훈련이 끝난 후 잠깐이라도 코트에서 훈련을 할 수 있지만 C팀은 그마저도 어렵다. 시간상 체육관 불을 끄고 문을 닫는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일본의 유명한 농구만화 슬램덩크를 보면 가나가와현 지역 예선에서 북산과 상양이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 북산의 응원단이 강백호의 문제아 친구들을 비롯해 10명이 채 안 되는 것과 달리 상양은 많은 인원이 앉아 있다. 강백호 친구 양호열이 “벤치에 앉지 못하는 농구부 인원이 저렇게도 많아?”라는 대사를 하는데 실제로도 그렇다. 

 

각종 전국대회의 지역 예선이나 본선 등 실전에 나서는 것은 A팀 선수들이다. A팀에서 부상이나 특별한 사유로 B팀의 선수 1~2명이 보강될 수는 있지만 코트에서 경기를 뛰고 코트 옆 벤치에 앉을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A팀 선수들 밖에 없다. 이외 나머지 B팀과 C팀 선수들은 벤치에도 앉지 못하기 때문에 일반 팬과 같이 관중석에 앉아 응원을 하는 것이 전부다. 일본의 중고농구대회에서 일사분란하고 조직적인 응원이 가능한 것은 바로 이런 농구부 B,C팀 선수들의 노력 덕분이다.  

 

 

농구 외적인 부분에서 많은 기여를 하는 B,C팀 선수들

 

현재 경희대학교에서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본인 역시 과거 중고 시절 농구부원 생활을 하기도 한 기타우치 다이토 상은 일본의 이런 문화에 대해 “일본은 경기에 뛰건 안 뛰건 농구부에 가입돼 같은 유니폼과 단체복을 입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문화다. 그리고 자신의 실력이 그만큼 안 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다른 것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농구와 농구부를 위해 기여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B팀, C팀 선수들은 농구를 하는 것 외의 다른 부분에서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일본은 중고농구대회에서 기록본부석을 따로 두지 않는다. 보통 지역 예선을 펼칠 때 3개의 코트에서 대회를 치르는 데 한 경기에 필요한 기록원들을 따로 고용하지 않고 각 학교의 농구부원들이 한다. 

 

예를 들어 A학교와 B학교의 경기가 있을 경우 다른 C학교 선수들이 기록을 맡고, D학교 선수들이 마핑을 한다. 하루에 보통 2~3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도 좋은 성적을 위한 하나의 필수 조건인데, 이런 역할을 경기에 뛰는 A팀 선수가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에 따라 필요한 것이 B팀, C팀의 선수들이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들러리로 보일 수 있고 실제로 그런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 자기 팀 주축 선수들을 쉬게 하면서 내가 이 대회에서 무언가 맡을 역할이 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하는 선수가 대부분이다. 

 

물론 사람이다 보니 실제로 코트에서 뛰면서 자신의 경기력을 보이고 싶어 하는 선수도 있고 이런 상황에 모든 선수들이 만족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크게 불만을 표출하는 이는 없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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